임귀열 영어

Ignorance is strength(모르는 게 약)

feelings 2007. 4. 17. 19:18
Ignorance is strength(모르는 게 약)

암 치료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곧잘 “Ignorance is strength”라고 말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뜻인데 언뜻 모순된 것으로 보이지만, 암 극복에 대한 미련과 기대가 큰 것 만큼이나 혼란과 절망도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표현이다.

이 말을 사용한 사람은 소설 <1984>의 저자 George Orwell이다. 그는 “War is peace”(전쟁이 곧 평화) “Freedom is slavery”(자유는 곧 노예)와 더불어 “모르는 게 약”이라는 모순된 말을 했다.

이율배반적이고 상호모순되는 이런 발상은 글자 그대로 doublethink다. 첫 생각이 single think, 한번 뒤집어 반대로 하는 생각이 double think다. 두 번 생각하면 상반된 것이 떠오른다.

모순되는 두 가지를 동시에 수용하면 깨달음이 온다는 것이다. 가령 폭력사회에서는 각자 총을 소지함으로써 더 안전하다는 발상이 있는데 Orwell식 논법을 적용하면 그 경우 세상이 더 불안해진다.

낙태 반대론자를 Pro-life라고 부르는데, Pro-(=for, 위하여)라는 접두어에 Life(생명, 삶)를 붙인 것이다. 이 표현은 그러나 태아의 생명만 위한 것이냐, 아기가 태어나 살아갈 삶까지 위한 것이냐는 또 다른 논쟁을 야기한다.

낙태론자를 Pro-choice라고 하는 것도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게 핵심이지만 그 선택이 엄마의 선택이지 태아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쟁거리다.

‘마음이 가난한 게 부자’(Poor is rich) ‘우익은 잘못된 견해’(Right is wrong) ‘생명은 죽었다’(Life is dead.) ‘지식은 무지’(Knowledge is ignorance) 같은 표현은 모두 이율배반적이다. 예컨대 ‘지식은 무지’라는 표현은 진짜 아는 사람은 안다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남자들에게 ‘군대식 지성’(Military Intelligence)을 말하면 반박 당할지 모른다. 군대는 적당히 복종하고 알아도 모르는 척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군대식 지성’을 모순된 말이라고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낙태는 살인이지만 사형제도는 정의다’(Abortion is murder, but capital punishment is justice)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낙태를 살인으로 규정하면서도, 사회제도로 사람을 죽일 수 있게 한 것을 정의 구현이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열치열’(Like cures like)은 좀 더 쉬운 예다. 더우면 식혀야 하는데 더 뜨거운 것으로 더위를 이기는 방법, 뜨거운 음식으로 삼복더위를 이기자는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하면 다른 길이 보인다는 논리다. 어떤 전문가는 기자의 질문에 “당신이 그걸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I don’t know whether you know it)며 역공하면서 회피한다.

doublethink는 말장난도, 궤변도 아니지만 생각의 차원을 넓고 깊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thinking power다. 협상을 하거나 결판을 할 때에도, 역지사지의 배려를 할 때에도, 논리력을 키울 때에도 doublethink를 하지만 모두가 인간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