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남편은 죽은 금붕어를 화단에 잘 묻어주라 고 작은아이에게 말한다.
이 금붕어는 아이가 1학년 어느날 살아있는 것은 다 키워보고 싶다하며 사왔고
아이는 정성을 다해 물도 갈아주고 밥도 주며 키웠다
엊저녁 딸아이는 "내 친구엄마는 죽은 금붕어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대,
그리고 다른친구 엄마는 화장실 변기통에 집어넣었대"
"예은아 물론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단다.
그렇지만 금붕어는 훈이가 아빠인줄 알고 훈이의 사랑이 담겨 있는데
훈이가 묻어주는 것이 좋겠지"
훈이녀석은 묻어주기를 원하는데 귀찮으니 아빠가 대신 묻어주라 한다.
남편은 "네가 사랑하는 것을 네가 해 주어야지. 아빠가 사랑도 대신하냐?" 한다.
나는 평소에 생명의 죽음이란 것은 존재의 끝이라 생각하고
삶의 주체인 내가 없어지는데 죽은 다음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생명을 다한 후에 남는 삶의 정을 생각하고
다시한번 생명을 끝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생각해 본다.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사랑하고 삶을 다하고 없어진다.
오늘 내 아이는 금붕어를 하이얀 화장지에 싸서 화단에 묻어주었다.
사랑하는 것에 대한 아이의 마음은 아마 커서도 오래오래 간직할 것이다.
생명을 다한 뒤에도 사랑의 여운은 남고 그 여운을 아름답게 거둔다면
그는 무엇이든간에 영원히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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