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호> 바닷가 추억 2003년 01월 05일
바닷가 추억서해안의 끝자락에 작은 산골이기도 하고 바닷가이기도 한 마을이 있었다
그곳은 70년대가 되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버스가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난 중,고등학교 6년을 하루에 4시간씩 걸어다녔습니다.
그곳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한반에 70명정도 있었습니다
1학년때 내 번호는77번이었으나 6학년때의 내번호는 63번이었습니다.
키가 작고 코흘리개인 나는 뭐하나 잘하는 것이 없는 소심한 아이였습니다.
운동회날 달리기에는 항상 꼴등을 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다른 아이들보다 학교를 2년정도 일찍 들어갔기 때문이었던것 같기도 합니다.
그곳에 근무하는 선생님은 대개 대학을 갓 졸업한 총각선생님이 발령이 났습니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열정적인 교육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금 해 봅니다.
아이들과 선생님은 항상 천진난만, 순진무구 그 자체였습니다.
자유학습의 날로 정한 수요일은 선생님은 아이들 모두 웃옷을 벗기고 몸에 때가 있는 아이들에게 볼펜으로 때있는 곳을 표시를 했었습니다.
아이들은 냇가에 가서 볼펜자욱을 지우기 위해 열심히 닦다보면 때가 벗겨졌습니다.
겨울에는 교실의 난로를 피우기 위해 우리는 산으로 솔방울을 주으러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산에서 꿩이라도 주으면 횡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겨울에는 사람들이 꿩을 잡기 위해 약을 놓으면 이 바보같은 놈은 먹이인줄 알고먹기 때문입니다.
이 꿩약은 콩알의 눈에다 약간의 청산가리를 묻혀서 놓는 것이었습니다.
대개 일요일이나 방학에는 우리들은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잡았습니다.
이곳의 바닷가는 다정하고 조그만 바닷가였습니다.왜 그렇게 느꼈냐하면 바다의 반대편에 마을들이 있기에 바다의 경계선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에는 항상 작은 옹달샘이 있었습니다.
그 옹달샘은 바다에서 나오는 이들에게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바다의 짠물을 씻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육지나 하늘에 길이 있듯이 작고 아담하게 보이는 그곳 바다에도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은 바닷물이 들어오고 썰물이 된 최후까지 물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그 곳을 물들이 땅을 단단하게 다져 놓았고 위험한 것들을 치웠기에 사람들이 이곳으로 가면 빠질 염려나 조개 껍데기에 찔릴 염려가 없습니다.
갈매기소리, 그윽한 바람소리, 해초냄새, 갯벌냄새를 맡으며 이 물길 따라 모래밭 가까이에 가면 조그만 섬과 나무처럼 우뚝 선 큰바위가 있습니다.
이 바위는 말하자면 이 조개밭의 문지기였습니다.괴상하게 생긴 이 바위는 마치 대문 앞에 지켜서는 파수병 같았습니다.
이 곳을 건널만큼의 썰물의 시간이 되지 않았을때사람들은 그곳 바위에서 기다리거나 굴껍데기를 땃습니다.
혹시라도 밀물과 썰물로 기능을 하는 이 대문이 열리지 않았거나 이미 닫힌 문 때문에 그곳이 아닌 그 위쪽의 담벼락을 넘으면낙지구덩이에 빠질 염려가 있었습니다.
또 때를 놓치면 그 속에 갇혀 버릴지 모르는 두려움이 항상 엄습해 왔었습니다.밀물보다 먼저 나온 아이들은 이 따뜻하고 포근한 바위에 앉아 노래도 부르고
방금잡은 조가비들의 돌을 골라내면서 아직 나오지 않은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색이 선명할때까지 씻은 조가비들은 정말 아기자기 했습니다.
우뚝 선 바위옆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오손도손한 바위세개가 나란히 있었습니다.
그작은 바위들을 우리는 엄마바위, 아빠바위, 아들바위의 전설이라 불렀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부른 것은 어디를 가나 항상 가족의 단란함을 가슴속에 심고 살았나 봅니다. 우리는 대여섯명씩 조가비를 잡으러 다녔습니다.
바닷가에서 돌아오는 길은 항상 배가 고팠습니다.배고픔을 채워주는 것은 머리에 이고 집으로 돌아가는 바구니에 있는조가비를 이로 깨어 먹는 것이었습니다.
이 아이들 중 난 항상 제일 조금밖에 조가비를 캐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그 기억들이 어른이 된 후 나에게오랫동안 향수같은 냄새를 간직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향수같은 냄새는 어촌에 가면 마치 고기썩는 냄새 같은 것인데 사람들은 무척 싫어하지만 저는 무진장 좋아한답니다.
어렸을적 할머니가 채로 잡아서 맛있게 담갔던 실치젓갈(아주작은 멸치젓) 냄새 같기도 하고 수문근처에서 망둥이 낙시하던 추억 냄새 같기도 해서리아! 그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