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 in my life

어휴 힘들어서

feelings 2005. 6. 19. 23:32

쑥부쟁이 

 

일주일동안 공부에 살림에 고단했다.

화요일저녁 남편과 친정집에 갔는데 냉장고가 텅비어 있다.

두분이 이도 없는데 거기다 음식마저 없으니 맘이 안스럽다.

남편에게 찬거리를 부탁했는데 가서 보따리를 열어보니

담배 한보루가 전부였다. 남편이 본 시장은 마눌을 위한 맥주와 김 구운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마눌을 젤 예뻐하는 남편의 한계인걸 할 수 없지

 

그리고 한주일이 번쩍 지나가고 토요일 하이마트 가서 음식을 쉽게 갈아 먹을 수 있게

믹서기 산다. 믹서기는 가장 사용이 간편한것으로 골랐다.

시장 가서 엄마, 아버지 잠바랑 티셔츠 하나씩 샀다.

평소에 시장을 잘 가지 않기에 그냥  메이커로 옷을 사니 30만원이 넘었다.

밑반찬으로 통조림과 마른반찬을 몇가지 사고 미장원 들러 머리염색을 하고

동료들과 생맥주집에 가서 저녁시간을 보내고 들어가니 밤11시가 넘었다.

 

내일 아침 친정집에 김치를 담가서 갔다 주고 와야지 생각에

술에 취해 있으면서 무우를 채썰다 나도 모르게 방바닥에서 그냥 쓰러졌다.

남편은 이불만 갖다 덮어준것 같고 난 맨바닥에서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의 피로가 축적되어 다시 그동안 오지 않던 아랫배의 진통이 온다.

6시에 배추 10포기 김치를 했다. 

김치를 다 담그고 나니 아침 8시다.

너무 힘들다. 누군가 요즘 딸노릇만이라도 대신 해 주었으면 좋겠다.

 

딸들이 많은데 누구하나 챙기는 사람들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시간들이 많은데 형제들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러다 맘을 고쳐먹는다.

토요일 일요일 쉬는 다섯째, 엄마 양말 한결레 사지 않는 짠돌이지만 

녀석은 내가 방송대 영문과와 대학원을 다닐때 우리집에 와서 항상 살림을 해준 착한 녀석이다.

지금 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지 모른다.

김치를 다 담그고 전화를 하지만 두녀석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겠나 제일 만만한 사람이 남편인것을...

남편앞에서 울어버렸다 넘힘들어서, 넘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

남편이 짐을 들고 차에 실어주면서 안스러운듯이 "운전을 한동안 안했는데 괜찮겠어" 한다.

 

그리고 옆에 자다가 일어난 막내동생을 태우고 간다.

녀석은 게으르다는 나의 말에 아침부터 기분이 무척 나쁜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말인가 하다가 불뚝 튀어나온 말이 자식을 잘 살게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낳는지 모른다 한다.

녀석은 해병대를 갔다 왔다. 그런말이 나오자마자 아직도 멀었다는 말이 나온다.

너도 자식낳아서 키워봐라 그런말이 나오는지 순간순간 얼마나 힘이 드는지

녀석은 가끔씩 나의 말에 세뇌가 되어있다.

 

그렇게 집에 가서 엄마랑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전 죽어버릴려고 농약을 먹었는데 목구멍까지는 넘어가지 않았다 한다.

가난한 삶에 찌든 동네 사람들에게 가끔씩 집에 들르면 누군가 농약먹고 죽었다 한다.

농약은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자살하는 흔한 도구이다.

오늘도 아버지가 심어놓은 엄청나다는 감자밭을 찾다가 어느집에 가서 물어보다가

그집 아들이 농약을 먹고 한달전에 죽었다 한다.

"그러지마 엄마, 삶이 넘 힘들어도 누구 농약먹고 죽었다는 말 남기지 마"

엄마의 삶- 너무 힘들다 글자도 모르고 농사짓는 것 이외에는 모른다.

술주정꾼인 아버지 그 삶을 다 수용하고 사는 것 너무 힘들다.

그래도 살아야지, 끝까지 살아야지

 

내 삶도 그렇게 쉽지는 않다. 엄마가 못하는 그것들을 다하고 살아야 하기에

3년 내내 꼴등한 여섯째 재수시켜 대학보내고 다섯째 옆에다 데려놓고 취직시키고 동생들에게 반찬해 날르고

다시 일곱째 이젠 대학 4학년, 엊그제 토목기사 자격증에 합격했다.

그 아이들의 뒷바라지와 내아이들 뒷바라지로 정신이 없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다

그 방음벽에 담쟁이들이 울창하게 올라가고 있다.

담쟁이들은 누군가를 뒤쳐지는 이를 붙잡고 열심히 올라가고 있다.

인간의 삶의 최종적 목표는 자신의 삶도 잘 살고 누군가 힘들어하는 이의 삶도 손잡고 이끌며 올라가야 한다.

 

다시 컴컴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종일 감자순을 자른 동생은 피곤해 잠을 자고 있다.

그리고 남편이 평소에 좋아하는 조용필의 열정적인 노래를 듣는데 눈물이 한없이 나온다.

눈 앞의 표지판이 어느때는 눈물로 보이지 않는다.

 

다시 집에 오니 빨래며 설거지, 다림질 ,내일아침 도시락 준비등 할일이 또 많다.

남편은 10시 반 퇴근하자 마자 젤 먼저 마눌을 찾더니 아이들이랑 홈플러스로 큰아이 신발과 가방을 사러갔다.

잠이 오지 않아 냉장고 문을 여니 남편이 또 맥주를 많이 사다 놨다.

남편은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술을 끊었고 나는 또 잠이 오지 않아 맥주를 두개째 먹는다.

 

담쟁이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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