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 in my life

1000원을 투자하여

feelings 2005. 6. 15. 09:40

어제저녁은 황금빛의 보리들이 벌러덩  드러누워 있는 들판을 지나 그 옆에 대를 이어 파아란 모들이 심겨져 있는 논을 지났다.

뒷좌석 내 아이의 장난끼와 미소가 세상의 행복을 말해 주는 걸까? 

밭고랑에 수건모자를 쓰고 두런두런 모여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노라면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있는 낯익은 얼굴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고달프다. 그렇게 힘든일들이 이젠 할머니, 할아버지들만의 일이 되었다.

 

아침이 되어 딸아이 도시락을 싸면서 아침을 먹을 수가 없다. 집에만 갔다 오면 한동안은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힘들게 고생하시는 모습이 너무 안스러워서 잠을 설친다. 그래도 어쩌겠나!

아침은 다시 시작되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이들을 7시20분에 간신히 깨우자 남편은 어느새 조용한 방으로 도망갔다.

 

7시 반 출근을 한다. 운동장의 은수가 선생님 오늘 지각이요 한다.

그렇게 8시부터 아이들과 운동을 하는데 요즘은 굴렁쇠아이들이 대회가 끝나서 없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굴렁쇠 굴리기가 쫓아다녀야 하니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 것 같다.

체육선생님께 방법을 물으니 가르쳐 주지 않고 연습을 하면 된다고 한다.

아이들 하는 것을 자세히 관찰했다. 굴렁쇠 잡은 대의 각도를 보고 그대로 해보고 대의 접촉면의 길이와 굴렁쇠의 무게등을 비교해서 해보니 그런대로 잘 굴러간다. 몇일만에 내 안에서 성취의 희열이 느껴진다. 이젠 가고자 하는 방향만 잘 잡아 주면 된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다. 우리가 자전거를 탈때 가고자 하는 방향을 멀리보며 가듯이 그렇게 목표물을 바라보고 해보니 잘된다.

 

아이들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승익이랑 운동장 시합을 해본다.  승익은 나보다 더 잘한다. 등교하는 아이들이 모두 쳐다본다. 승익은 나를 이겼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 보이며 씨익 웃는데, 한아이가 우리보고 형아가 더 잘한다고 소리치니 승익은 더 신이난다.

모여있는 아이들에게 다음날은 1000원을 투자하겠다 했다.  시합을 하여1등 500원, 2등 300원, 3등 200원을 걸겠다 하니 아이들 대찬성이다.

 

 

가끔은 인생에 가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때 속도와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 위해 투자가 필요한 때도 있다.

남편은 일상에 지친 마눌에게 투자를 하는데 예를들어  마눌이 좋아하는 맥주를 사다 놓는 것이다. 아마 이 작은 투자땜에 어제도 시장 본것이 맘에 들지 않지만 그냥 바가지 안긁고 덮어두고 산다.

 

2005.6.15 . 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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