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케이크 /원태연
나는 그 아이와 치즈 케이크를 먹는 일이 그렇게도 좋았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만나면 꼭 치즈 케이크를 먹었다
그래서 어떨 때 우린 혹시 치즈 케이크를 먹기 위해
만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왜냐하면 그 아이나 나나 평소에는
치즈 케이크를 즐겨 먹지 않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치즈 케이크와 엇비슷한 음악과 느낌,
커피를 좋아했고 불행하게도 난 노력을 해야지만
그 비슷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였다고나 할까
뭐, 아무튼 난 그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일 텐데......'
"하루하루가 잘도 간다. 이러고 있으면 잘 시간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살아가도 되는 건가
앞으로 내 인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치과, 신발고치기, 밥먹기, 부모님께 효도하기
그리고 답답한 거 이겨내기. 이런 것들이겠지
그나마 이렇게 써 내려가며 내 신세 한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글을 쓸 수 있고 볼펜이 있고 공책이 있으니까
내일이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만일 내일이 온다면 나는 사우나에 가서
머리를 감고 땀도 빼고 오는 길에 오락실에 들러
당구 오락을 할 것이다.
그리고 치과에 가서
이빨을 고치고 그 아이를 여의도에서 만나
차 마시고 이야기하고 밥 먹고 이야기하고
얼굴 쳐다보고 같이 걷다가 구경도 할 것이다."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항상 그렇듯 그 아이는 만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