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귀열 영어

우크라나이나와 콩글리쉬

feelings 2007. 9. 10. 11:13
[임귀열 영어] 우크라이나와 콩글리쉬


Ukraine is not Russia. 서양인이 우크라이나 사람을 만날 때마다 곧잘 듣는 말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구 소련에서 1991년 독립한, 유럽에서 영토가 가장 넓은 국가임에도 여전히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연방으로 혼동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총인구 5,000만 명 중 64%가 우크라이나어, 35%가 러시아를 모국어로 생각하는데, 실제 두 언어의 사용 인구는 각각 40% 미만으로 엇비슷하다. 이 나라에서도 영어의 위상과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제는 영어 구사의 수준과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례로 이 나라에서 “May I take your pen?”을 “May I borrow your pen?”란 뜻으로 사용한다. Take의 본래 말뜻은 ‘가져도 되느냐’인데 이것이 ‘빌려가도 되느냐’로 엉뚱하게 쓰이는 셈이다. 또 영어에선 aggressive가 ‘적극적으로’란 긍정의 의미로 쓸 때가 많은데 이 나라에선 ‘싸움을 거는’(belligerent)이란 뜻으로 이해한다.

흥미로운 것은 우크라이나도 한국처럼 말로 표현되지 않는 의미에 의존하는 경향(high-context culture)이 강해 ‘콩클리쉬’와 흡사한 오류가 잦다는 점이다. ‘He changed his mind’란 문장을 ‘He changed mind’처럼 말하는 것은 한국식 영어와 다를 바 없다. ‘I want my car repaired’를 ‘I want to repair my car’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렇다. 이 경우 ‘자동차 수리를 맡기겠다’는 진의가 ‘내가 직접 차를 고쳐 보겠다’는 뜻으로 왜곡된다.

흔히 언어만 배워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조언을 에티켓이나 매너를 배우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그보다 깊은 수준에서 언어에 잠재된 문화와 사고방식을 파악해야 원활한 의사 소통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