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이는 하루 종일 둘째 이모가 키운다.
벌써 3년쯤 되었나보다.
그 녀석의 엄마가 이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것은 친정엄마의 눈을 매일 적시게 만든다.
그러지 않아도 친정엄마는 술에 사는 아버지 땜에 힘든데
혁이 엄마가 또 하나의 친정엄마의 눈물을 만들어 주었다.
매일 시간이 없다고 아침밥도 안하는 나에게
혁이를 봐줄테니 데려오라고 한것도 엄마생각과 혁이를 돌보는 둘째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둘째는 혁이와 같은 나이의 사내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온전하게 태어나지 않은
자기자식 키우기도 힘든데 거기다 혁이까지 있으니 여간 힘들지 않다.
혁이를 일주일만 봐 달라는 말을 다섯째를 통하여 듣고 얼른 데려오라고 했다.
훈이와 혁이 두녀석이 하루종일 우탕탕탕
거기다 훈이친구까지 정신이 없다.
오늘은 훈이와 혁이 둘을 데리고 광교산 등반을 했다.
가기 전에 일주일 동안 혁이를 돌보며 느낀말을 하기로 했다.
1.이모랑 떨어져 달려가거나 쳐지지 않고 먼져갔을때는 기다리기
녀석은 잘 지킨다.
그러다 내가 먼저 갔을때 기다려 주니 좋지 하니 네 한다.
2.비교하여 말하지 않기
왜 나는 이래야 되요 하는 말이 혁이는 자주한다.
아마 이종사촌과 같이 크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그렇게 의사표현을 하나 보다.
녀석은 엊저녁도 소리를 지르기에 가보니
왜 형아는 포근한 이불이고 나는 침대냐고 한다.
그래서 포근한 이불에서 자고 싶어요 라고 말하라 했다.
결국 똑 같은소리로 들리지라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비교에서 나오는 말은 박탈감으로 공격성이 표현되어 있다.
자꾸 그렇게 생활하다 보면 반사회적 성격이 나타난다.
3. 녀석은 싫은 일에는 대꾸를 잘 안한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네 하고 크게 대답하거나 싫어요 라고 크게 대답하기이다.
세가지를 말했지만 내 스스로 뭐를 말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
자꾸 중간중간 되물었더니 잘도 대답한다.
훈이와 혁이는 고추잠자리도 잡는다.
잡고 뽀 한번 하고 날려보내라 생명은 유한하고 소중한 거란다.
그 유한한 삶을 만끽하게 하는 거란다 하고 말하니
아이들은 잠자리를 날려보낸다.
그리고 가다가 혁이는 힘이 든다고 자꾸 형아에게 업어 달라고 한다.
혁이는 속으로 나를 무척 무서워 한다.
그래서 이모에게 업어달라고 못하고 형아에게 자꾸 들러붙는다.
안돼 누군가에게 업거나 등산시 자기 짐을 누군가에게 의지하면 다른 사람이 힘들어 하니
혁이는 간신히 간신히 주저앉기도 하고 못간다고 버티기도 한다.
물론 혁이가 등산하기에는 힘든 길이었다.
등산을 하고 보리밥을 먹었는데 훈이와 혁이 한그릇을 둘이 나눠 먹으라 했는데
녀석들이 배고프다 하여 다시 한그릇 더 시켰다.
아마 혁이가 거의 다먹을 정도로 많이 먹었다.
친정엄마에게 전화했다.
이세상에서 혁이가 밥 많이 먹었다면 행복해 하는 사람이 혁이 엄마 말고
또 한사람 바로 혁이 친정엄마, 우리엄마다.
엄마는 품팔이 하고 왔는데 아버지께서 보이지 않는다 하여 걱정이다.
그렇게 걱정하다 혁이가 밥을 많이 먹었다고 하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혁이 좀 잘 가르치고 맛있는 것 많이 해서 먹여라 한다.
다섯시에 나가서 9시에 간신히 집에왔다
둘은 목욕을 하고 혁이는 나에게 오더니 이모 포근한 이불 덮고 싶어요 하고 말해서
뽀를 해 주었다.
어제저녁 혁이는 잠자리에서
형아 저리가 내가 이불에서 잘거야 하고 소리소리 지르며
자고 있는 형아를 밀치며 울고 있었다.
세상에 힘든 자기를 수용하기를 바라는 혁이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간다.
혁이에게 아주 중요한때다.
가면서 혁이처럼 공격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학교 형아들의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훈이가 맞장구를 친다.
엄마 나도 그 애 알아, 학원에서도 선생님을 때리고 그만뒀어 한다.
이 글을 쓰는데 남편은 한치건너 두치
덮지도 않는 이불타령이냐고 혁이에게 말한다.
남편은 혁이가 이쁘거나 사랑스럽지는 않을 거다
혁이는 아빠랑 똑 같이 닮았다.
그러나 가족의 사랑과 정성이 아이에게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구성원이 아닌가?
20060807 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