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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istentialism (필연적 불운, 하필이면 그런 때 그런 일이) 2005년 마지막 주 영국의 British Medical Journal에서는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호주 Melbourne시 Macfarlane Burnet에서 다소 엉뚱한 실험을 했는데, 사무실 공간에서 70개의 티스푼(stainless teaspoons)이 5개월 간 어떻게 이동하는지 살폈다는 것이다. 70개중 80%에 해당하는 56개의 티스푼이 이 기간에 사라졌다. 그러나 각 개인 연구실에 있는 것은 두 배나 오래 있었다는 것이다. 티스푼 하나가 사라지지 않는 평균기간은 81일이며, 이 비율이라면 매년 티스푼 250개를 사야 70개 정도가 항상 남아있는 셈이 된다. 멜버른의 250만 직장인을 감안하면 매년 스푼 1,800만개가 없어진다는 계산이다. 없어지는 스푼의 길이만 해도 2,700㎞가 되는데 이는 모잠비크(Mozambique)의 해안을 이을만한 길이가 된다. 무게는 360톤이나 돼 다 큰 푸른 고래 네 마리에 해당한다. 여기서 과학자들이 제시한 ‘스푼 이론’(spoon theory)은 흥미롭다. 즉, 스푼도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이동하고 사라지는 운명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스푼의 존재나 목적 기능 등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인데, 무생물도 인간에게 반감을 갖고 적대적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resistentialism’이라는 속설을 증명키 위한 실험이었다. 식빵을 떨어뜨릴 때 하필이면 잼을 바른 면이 바닥으로 떨어져 먹지 못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론으로 설명된다. resistentialism은 ‘저항주의’라고 번역하지 않는다. 뭔가 다급할 때는 일이 더 지연되거나 아쉬울 때는 더욱 구하기 힘든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얘기, 마감 시간에 일을 지체되는 사건이 연속 터지는 것을 모두 resistentialism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안될 때는 더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라틴어 res-(=thing)와 프랑스어 resister(=resist), 영어 existemtialism(실존주의)를 합성하여 만든 말이다. 일과 운명, 과정에서는 분명히 역기능과 반작용, 불운과 재수 없는 일이 얼마든지 일어난다는 뜻을 갖고 있다. 이 말을 만든 Paul Jennings는 러시아의 Yuri Olesha가 쓴 Envy라는 소설(1948)에서 Nikolai Kavalerov가 아무리 피해도 자꾸 충돌하고 장애가 생기는 얘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이 말을 가장 신봉하고 잘 믿는 쪽은 프랑스인들인데 불어로 ‘Les choses sont contre nous’(=Things are against us)라는 말은 어디서든 쉽게 듣는 표현이 돼 있다. 흔히 ‘징크스’(jinx)라고 하는 말은 불길한 것만을 지칭하는데 반해, resistentialism은 그런 ‘운명, 필연, 연때의 부조화’를 포괄적으로 언급하는 말이다. Murphy's Law와 중첩되는 면도 있지만, 그 활용과 용례는 다르다. ‘말이 씨가 되어 현실이 된다’거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이 발생’하는 것은 순전히 resistentialism이다. ‘머피의 법칙’이나 ‘징크스’가 우연한 사고라면 resistentialism은 운명적이고 필연적인 불운을 강조할 때 자주 사용된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이런 엉뚱한 불운이 닥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입력시간 :
2006/01/02 15:3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