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새벽 강가에서

feelings 2021. 2. 20. 08:39

새벽 강가에서

             - 윤민희

차라리 눈을 감자

일어서는 신선을 가슴으로 맞이하자

이른 새벽 강변에 나와 뚫어져라 바라보는

나는 무엇으로 흐를 것인가

삶은 명상 아니면 도전

오래도록 나는 한 곳에 서 있다.

새벽 강의 꿈틀거림을 응시하며,

축축해진 기억은 그 자리를 맴돈다.

등이 굽은 산이 있고

나무가 뒤틀린 채 버티고 있고

나무 뒤로 아침을 굶은 새가 하나, 둘, 셋

맨 끝으로 형체조차 희미한 내가 있다.

물방울이 넓게 경계를 만들고

그 경계를 허물며 닭 울음이 수면 위를 덮는다

수평은 발 끝 세워 일어서지 않는다.

강은 모든 것을 받쳐 들고

흘러가기를 서두르지 않는다.

나는 수직으로 일어서려고 몸부림치고

강물은 소리 없이 수평으로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