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귀열 영어

Quality English Input Needed 이제는 질 좋은 영어가 절실

feelings 2007. 3. 26. 20:14

Quality English Input Needed 이제는 질 좋은 영어가 절실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급 40여명 중에서 10명이 해외장기체류 경험이 있고 단기연수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해외 현지 영어를 접했다는 보고가 있다. 중ㆍ고교도 해외 연수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이 평균 30%가 넘는다.

특목고인 외국어고교는 TOEIC 성적 700~800점 이상 학생을 선발하는데, 정작 그 학교 영어 교사의 점수는 그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반 중고교생의 TOEIC 평균 성적이 600점 수준인데 영어 교사의 성적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한다.

어떤 국내파 교사는 수업 시간에 해외파 학생을 견제하려 한다. 그러나 도리어 자신의 사투리 억양과 실력만 드러내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다. 교사들이 직무연수를 하고 개인 차원의 노력도 하지만 이상적인 영어와 자신의 실력 차이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정부가 1,000억원 가까운 돈을 영어 교육에 사용했지만 그 효과는 드러난 게 없다.

그렇다고 영어 교육을 원어민 교사에게 맡길 수도 없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성공 모델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어민 교사=최고의 영어 교육’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 논문과 조사에서 밝혀졌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는 원어민 교사가 아니라 자국민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한다. 그랬더니 그곳 학생들은 TOEFL에서 항상 세계 1, 2위를 달린다. 역시 자국민 교사가 영어를 강의하는 게 좋은 것이다.

한국의 많은 대학도 갈수록 영어 강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일부 기업체는 아예 업무 환경을 영어로 바꾸었다. 이렇게 환경을 바꾸면 목적을 제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학습할 것인가 하는, 학습수단의 강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그 동안 영어 교육에 적개심을 갖고 있던 말레이시아나 프랑스도 지난 10년간 기업체에 가산점을 주는 등 ‘집중 교육’(Immersion Program)을 도입했다.

독일처럼 영어 교사 자격을 엄격히 제한해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도 좋지만 스웨덴 등의 성공 사례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한 해 교육비 20조원의 절반 이상을 영어에 쏟는 한국이지만 10조원의 영어 교육비만큼 효과도 없고, TOEFL에서 나타난 영어 실력 역시 여전히 하위권이다.

얼마 전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북한 토종 안내원의 영어 실력에 놀랐다는 기사도 있었다. 누가 가르치느냐 보다 어떤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1961년 아프리카의 Uganda에서는 영국이 식민지 영어 교육의 연장선에서 conference를 개최하고 ‘영어의 이상적인 교육자는 원어민’이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Phillipson(1996) 같은 학자는 비원어민도 잘 배우고 영어 사용만 한다면 얼마든지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원어민의 오류’(Native-speaker fallacy)가 있기 때문에 원어민 맹신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전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업무를 영어로 하며 영어마을까지 조성되는 등 영어 사용이 일상화하고 있다. 이제 그 목적을 이루는 콘텐츠, 질 좋고 실용적인 영어, 배우면 곧 실력이 되는 영어 내용을 채워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