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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기

feelings 2005. 9. 4. 09:52





< 출처 : Stone Angel - East Of The Sun (UK/2000) >

 

 

몸이 불편해서 아이들 공부만 간신히 봐주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남편은 퇴근해서 같이 산책을 갈 수 있냐고 전화가 오더니

희숙이 안가면 가지 않는다 한다.

 

할수 없이 어기적 어기적  맥주 두캔을 사가지고 걸었는데

갈수 없어 호수의 제방뚝에서 맥주를 먹으면서 기다리기로 하고

남편은 달려서 2.8km를 금방 갔다 오겠다 한다.

 

그리고 호수의 오리떼들도 보고 연인들의 걷는 모습

일인용 자전거를 둘이 타보려고 시도하는 아가씨들

여럿이 모여서 정답게 이야기하는 모습들과

음악을 듣고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의 뛰는 모습이 눈에 아른아른하더니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얼만큼 뒤 남편의 모습이 다시 보인다.

반갑다.

남편이 달려와서 내 옆에 앉는다.

"얼마나 걸렸니?"

"아이고 이 땀좀봐" 하면서 맥주를 건넸다.

남편은 바로 이 맛이야 하면서 시원하게 마신다.

"내가 기다려주니 넘 좋지"

"응 "

 

그리고 손잡아 보니 까칠한 손바닥

 땀냄새와 숨결을 느껴온다.

 

누군가 기다려 준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가장 살맛나게 만드는 것이

누군가 내가 목표를 완수하고 돌아올때까지

 저 뒤에서 기다린다는 것이 아닌가 생각든다.

 

20050904희숙

 



 

느낌 
폐병을 가진 아내가 임신 5개월되었고
임신은 더욱 병을 가중시켰고 아내와 식물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그 후덥지근하고 기분나뿐 공기속에서 무언가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도토리였습니다.
아내는 손수건을 꺼내어 무릎위에 펼쳐두고 열심히 주워 모았다.
"그만해 두지 그래, 쓸데없이"
재촉해봐도 그만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변소에 들어갔다 나와 보아도 아직 줍고 있다.
"도대체 그렇게 주워서 뭘 하겠다는 거야" 해도 줄거운듯이 웃으며
"그렇지만 줍는 게 재미나지 않나요?"
손수건 가득한 걸 소중하게 싸가지고 묶고 있다.
이제 끝나는가 보다 했더니, 이번엔 "당신 손수건도 빌려줘요"한다
내손수건에도 몇홉이나 되는 도토리를 가득 채워 가지고....
도토리를 주우며 기뻐하던 아내는 죽고
그 뱃속에 있던 아이가 여섯살이 된 후 식물원에 갔을때
이런 사소한 일에도 유전이라는 게 있는 것인지 어린것은 아주 재미있어 했다.
대여섯개씩 주워가지고는 숨가쁘게 내게로 뛰어와서
손수건에 펼쳐 놓은 모자 속에 던진다.
수확이 불어가는 것을 들여다보고
볼이 빨개져 가지고 기뻐하며 녹아 버릴 듯한 얼굴을 한다.
어김없는 제 어미의 모습이 천진한 얼굴 어느 구석에선지 살짝 내비치며
희미해져 가는 옛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아빠 커다란 도토리, 요거, 요거, 요거...모두 큰거지."
흙투성이가 된 쬐그만 손가락으로 모자 속에
가득한 도토리의 머리를 하나하나 콕콕 찔러본다.
"커다란 도토리, 꼬마도토리, 모두모두 착한 도토리들아...."
엉터리 노래를 부르며 나풀나풀 뛰면서 또 줍기 시작한다.
                              -데라다 도라히꼬의 도토리라는 수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