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s 2005. 8. 29. 08:53




 

밤 10시다.

남편, 아들, 강아지, 나 그렇게 넷이 산책을 하였다.

강아지 녀석은 목사리를 꺼내자 벌써 알아채리고 좋아라 난리가 났다.

가면서 녀석이 좋아라 하는 것을 보면서 영혼에 대해 생각했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에는 영혼이 있는 것을 우리는 무시하고 살지는 않는가 하고

 

그저께 밤에 밤 등불에 비춰진 떡갈나무가 그렇게 아름다워보이기에

여보 참 이쁘다 했더니 나보고 남편이 싱겁다 한다.

 

엊저녁에는 호수의 물결이 모두 나를 향해 달려온다.

갑자기 호수에 빠지고 싶은 충동이 든다.

아들아이에게 야 호수속에 물고기들이 모두 날 향해 손짓하나봐 

했더니 남편이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아들아이는 하루종일 열심히 놀았던 이야기를 한다.

자전거가 고장났다는 둥 놀다가 배가 너무 고팠는데

홈플러스의 시식코너에 가서 배를 채웠다는 둥

그녀석 하루종일 신바람이 난 얘기를 듣다보면 나도 어이가 없다.

 

강아지 녀석은 가다가 기둥이란 모든 기둥에 자기 영역을 표시하며

지나간 친구들의 냄새를 열심히 맡더니 집에 들어와

남편이랑 둘이 아기자기 목욕을 한다.

 

그리고 아들놈은 바둑을 꺼내 놓고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오기만 바라더니

아주 늦게 잤나 보다

지금 9시가 넘었는데 아들은 자고  남편은 일어나자 마자 강아지 밥을 챙긴다.

 

아들과 둘이 손잡고 오면서  아들에게

"모든 생물에는 영혼이 있지

그것이 움직이는 것이면 우리는 그의 동작으로 감정을 읽을 수 있어

마치 강아지가 목사리의 방울소리만 듣고서도 현관문앞에서 좋아라 난리를 치던 모습처럼

그 모습이 딸아이가 어렸을 적 주사 놓는 인형을 사주었을때 함박꽃처럼 벌어졌던 미소 같았지

움직이는 것이 아니면 그의 생김새로 감정을 나타낼지도 몰라

길옆에 싹둑 잘라진 은사시나무의 잎을 보렴

아름다운 은색의 자태가 처절하게 늘어졌잖아"

 

아들아이는 엄마의 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아파 죽는다고

흐느적흐느적 엄마를 괴롭혔다.

이 다음 내 아이가 모든 생물에 영혼을 읽을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며...

 

 

20050829 희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