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손을 번쩍 드는 사람!
아이는 아침부터 귀가 아프다고 담임선생님이 데려왔다.
담임선생님은 부모님과 전화통화도 안된다 한다.
귀를 잡아당기며 찡그리며 어쩌다 하는 말은 엉, 응 이 전부이고 고개만 끄덕인다.
담임선생님은 똑바로 '예'하라고 말하지만 자꾸만 '응' 한다
진통제를 주고 침대에 뉘여 놓았는데 자꾸 일어나서 기웃기웃 어쩔줄 몰라한다.
다시 교실로 보냈는데 이번에는 귀를 잡아 당기면서 울면서 왔다.
아이에게 전화번호를 적으라 하니 왼손으로 끄적끄적하는데 숫자한개를 빼 먹었다.
다시 담임에게 전화를 하여 휴대폰의 전화번호를 알아냈고
두번에 걸쳐 전화한 후 통화가 되었는데
아빠는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하면서 신경질적이다.
부모가 자기 아이 일에 신경질적이라는 것에 대해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자초지종을 말했다.
아빠는 집에 전화해도 받지 않을 건데 하면서
제가 5분뒤에 갈께요 한다 아이를 잠깐 바꿔 줬더니
여지껏 가만히 있던 녀석이 막 운다.
그리고 아이는 가방을 챙기러 교실에 보냈고 담임선생님이 배웅을 하기로 했는데
그동안 녀석은 혼자 내려오고
나는 중요한 전화가 와서 받으면서 아이를 데리고 운동장으로 나왔다.
아빠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교문앞 저 멀리서 반바지 옷차림의 사내가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아이를 혼자 가게하고 그 뒤에 서서 지켜보았다.
아이는 아빠에게 달려가더니 포~옥 안기었고 세번정도 더 찰딱 달라붙더니
아빠의 봉고차속으로 쏘~옥 들어간다.
봉고차가 사라질때까지 지켜보았다.
잠시 동안이지만 이 녀석땜에 머리속에서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공부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하고 사회성도 없고 부모가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요즘 매일 병원에 매일 다니는데...' 하던
그 아빠는 그 집안의 모든 것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이 전화통에서 힘겨워 보였었는데
다시 아이앞에서 손을 번쩍 들어 사랑으로 포옥 싸 안았다.
순간, 아이를 전송하는 사람이 담임선생님이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담임선생님은 집에서 아이에게 무관심하다는 느낌을 평소에 받고 있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감정을 직접 부딪치지 않으면 이렇게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