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수원이라는 동네는 참 좋다.
처음에 수원와서 교통이 불편하고 물가가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제 어느덧 사십이 넘으니 수원은 참 좋은동네다.
도시에서 음메 송아지가 우는 정겨운 동네가 수원이다.
사느라고 정신없이 바쁘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지만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모든것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동네가 수원인것 같다.
문예예술회관이 있어 괜찮은 공연이 많이 있고 공원이 많은 동네가 수원이다.
그리고 수원에 있는 아이들은 다른 대도시의 아이들보다 공부를 잘한다.
그러기에 공부를 위해 다른도시로 이동하지 않는다.
저녁에 아이들을 챙기고 혼자 산책을 했다.
무엇이든 포용하면서 변치않게 한다는 것이 주역에서 물이라 한다.
물이 가득한 광교호수 1.8km를 지나면 공중에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위는 고속도로임을 알려주는 경적과 끊임없이 불빛으로 번쩍번쩍 거린다.
다리 아래위가 평화와 경쟁이 교차된다.
다리아래에서 벽에다 대고 한남자가 트럼펫을 분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사람 특히 악기를 만지는 사람은 행복해 보인다.
나이들어 악기를 불고 싶어 할때는 너무 늦다 라고 말씀한 노교수님이 생각났다.
그 옆에는 나무를 가득 실은 트럭이 쉬고 있다.
그 트럭운전수도 다리아래 어느 의자위에나 정자위에서 한숨 늘어지게 자고 있는지 모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뛰는 모습으로 온몸을 적셔가며 마라톤을 한다
어떤이는 온몸을 휘젓고 어떤이는 아기처럼 아장아장 뛰고 어떤이는 거인처럼 풀쩍풀쩍 뛰며
어떤이는 새악시처럼 손도 흔들지 않고 뛴다.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손에 손을 잡고 정담을 나누며 걷고 있다.
길옆에는 아주 싱싱한 과일이며 된장, 꿀, 동동주, 묵, 옥수수
반찬거리등을 내다 팔고 있다.
중간중간에 2km마다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에는 반딧불이 그려져 있다.
맑은 환경에서만 산다는 반딧불을 다시 보고 싶은 소망인 것 같다.
이 화장실에는 각자 담당하는 사람들이 상주하고 있어 깨끗하다.
삶이 행복하다는 것은 깨끗함은 물론 아름다움도 같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화장실에 들어가 내 자신을 한번 들여다보며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도 행복하다.
그 길을 걸어가면서 시냇물 소리와 더불어 갈대의 싱싱함을 느껴본다.
신은 사물에게 딱 알맞은 시간을 주는것 같다.
시간이 적다고 아쉬워하고 푸념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란 생각을 해본다.
이 갈대는 머리가 지금 패인놈도 있고 나와있는 놈도 있지만
초겨울이 되면 한결같이 하얀 머리로 변해 있을 것이다.
돌아올때는 한밤이 되었고 어느새 거미란 놈은 몰래 내려와 나의 길에 줄을 쳐 놨다.
녀석도 어둠을 타 자기의 구역을 확보하여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밑에 황소개구리란 놈이 혼자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다.
녀석도 뭔가 찾으려고 나왔을 것이다.
어제는 토종개구리 한마리가 화장실에 들어와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 연갈색의 토종개구리를 보니 고향친구 만난 것 같이 반가웠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다리가 아파 커다란 느티나무 정자밑에 앉았는데
귀뚜라미 우는 소리, 부엉이 우는 소리
다리건너 옆집에서 부드러운 황소울음소리와 윤도현의 음악소리가 나온다.
소리는 인간의 소리보다 자연의 소리가 아름답고 평화롭다.
특히 황소 울음소리가 정겨운 엄마품 같이 부드럽다.
조금더 내려와 축구장에 다다랐고 불을 켜고 아이들이 열심히 운동을 한다.
내일을 위해 꿈을 키우는 모습이다.
노래와 어둠은 모든것을 감싸 안았고
다시 내일 아침에 싱싱한 꿈으로 일어날 것이다.
(스위스의 리기산인데 꼭대기에 올라갈수록 심한 바람때문에 집과 나무들이 심하게 기울어져 서 있어요)
20040817함희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