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소나무를 그렸더니 까마귀, 제비, 참새 등이 날아와 앉으려다 부딪혀 떨어졌다.”
신라 진흥왕 때의 화가 솔거(率居)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라는 그림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입니다. 벽화 속 노송이 얼마나 실물과 가까웠으면 새들이 하나같이 멘붕에 빠지거나 삶을 마감 했을까요.
이러한 현상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되는데요. 가끔 현실의 어떤 물체나 그림 혹은 사진 등을 보고 실물과 다른 형태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보고 착시현상이라 하죠. 사람의 눈은 시각의 굴절이나 잔상 등으로 왜곡된 것을 보기도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 선이나 면의 수축, 팽창의 느낌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군요.
또, 시각이라는 것이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그대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와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저마다의 경험이나 흥미, 욕구 등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네요.
아래 그림을 한 번 볼까요.
네덜란드 출신의 판화가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천사와 악마’라는 작품인데요. 여러분 눈에는 뭐가 먼저 보였나요?
천사? 악마?
검은색 악마의 모습이 먼저 보였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신은 나쁜사람! 반대로 착한사람에게는 천사가 먼저 보인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
이처럼 사람에 따라 달리 보이는 착시현상. 정말 신기하죠? 오늘은 바로 착시현상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전시회를 소개하고자 하는데요. 포천아트밸리 교육전시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신기한 착시아트전’입니다.
착시아트란 시각의 착시현상을 이용한 예술 장르로 그림, 사진, 사물 등을 통해 재밌고 신기한 경험을 전해줍니다. 그럼 지금부터 작품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모두 소개해드리면 전시회 흥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인상적인 작품 몇 가지만 추려보겠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회색 정사각형이 가로세로 5개씩 총 25개로 구성된 사각미로 그림인데요.
느껴지시나요?
미로 속 정사각형들의 모서리 부분이자 흰색 십자그림의 가운데를 보면 원 모양의 뿌연 점들이 보이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명 사각형은 직각인데 어떻게 동그란 형태의 점이 보이는 걸까요.
학창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비슷한 그림을 본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빙빙 돌고 있는 원이 보이시나요?
분명 동영상이 아닌 정지해 있는 그림인데, 보고 또 봐도 신기합니다. 멀미 있는 분들은 바로 패스하세요.
여러분 눈에는 어떤 문이 진짜로 보이나요? 저는 현장에서 한참을 봤는데도 모르겠더군요.
정답은 오른쪽 문입니다.
문 앞에 가까이 가보니 진짜와 가짜가 확연하게 드러났는데요. 멀리서 보니 정말 감쪽같았습니다. 눈 뜨고도 당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이번 사진은 말 그대로 ‘신기한 방’이라는 공간인데요.
이 방에만 들어가면 서로의 키가 원래 보다 작거나 커 보이게 됩니다. 일렬로 서 있는데도 말이죠. 키가 큰 사람은 더욱 커지고 작은 사람은 더 작아져 극과 극을 달리게 하는 곳이랍니다.
지금 보시는 액자 속 두 그림은 ‘영웅과 악당’이라는 제목의 작품인데요. 타이틀이 왜 이렇게 붙여졌는지 눈치 채셨나요?
그렇습니다. 왼쪽 그림은 스파이더맨과 고블린이, 오른쪽 그림은 배트맨과 펭귄맨이 위아래 서로 반대방향으로 그러져 있습니다. 돌릴 수 있게 설치된 액자를 반대로 돌려보면 영웅과 악당의 모습이 각각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죠.
이밖에도 전시장 곳곳에서는 다양한 착시아트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착시현상을 활용한 각종 미술작품을 비롯해 착시아트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무료 체험실과 3D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마련돼 있어 가족단위 혹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좋아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가 높았던 곳은 직접 착시아트의 주인공이 돼 볼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사진을 통해 착시현상을 경험한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워 보였는데요.
색다른 추억을 담아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포천으로 고고!
포천이 가까운 곳은 아닌지라 혹시 전시회만 보러 가기엔 망설여지시나요? 그렇다면 아래 사진을 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저도 말로만 듣다가 실제로 가보니 감탄이 절로 쏟아졌는데요.
여긴 또 어디냐. 다름 아닌 착시아트전이 열리고 있는 포천아트밸리의 자랑 ‘천주호’입니다. 알고 보니 포천아트밸리가 위치해 있는 곳은 6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화강암을 생산하던 채석장이었다는데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포천시가 추진한 ‘아트밸리’ 사업을 통해 친환경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 됐다는군요.
포천아트밸리에는 천주호 외에도 각종 공연을 열 수 있는 야외 공연장과 지상3층 건물의 전시관, 돌 문화 전시관, 조각공원, 돌음계단 등이 조성돼 있어 2000원(성인 기준)의 입장료가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 아트밸리의 진입로 구간에는 420m 길이의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는데요. 모노레일을 타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입니다.
착시아트전은 올해 말까지 진행될 예정인데요. 조만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포천아트밸리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