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드의 일그러진 영웅 영문 번역
그는 1964년 아일랜드의 성 콜롬바노 외방선교회의 신부 자격으로 서울에 첫발을 내딛었다. 신학대학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외국인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문학박사(82년 연세대 국문과) 학위를 딴 그가 한국문학을 사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그가 우리 문학을 처음으로 해외에 소개한 것은 28년 전인 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동인, 현진건 등 주요 작가의 단편을 모은 그의 한국문학 알리기는 산문에 그치지 않는다. 조병화, 서정주, 박목월 등의 현대시뿐 아니라 시조, 가사, 한시 심지어 향가에 이르는 모든 운문도 주요 ‘작업대상’이다.
산문과 달리 시 번역은 원작의 내용뿐 아니라 작품 내부에 녹아있는 느낌이나 감성을 전달하면서도 영시의 운율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창작이나 다름없다.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시 번역을 아무나 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어의 뜻만 전달한다고 한국시가 영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한 행을 놓고 몇개월, 심지어 해를 넘긴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고행’은 한국문학을 해외에서 빛내는 밑거름이다.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좋은 시 300수를 영시로 옮겨 그의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80년에 펴낸 시집은 그해 런던의 ‘시회’(Poetry Society)로부터 최우수 번역작품상을 받았다. 또 최근 하버드대 출판사에서 낸 시를 쓰는 작가이기도 한 오록 교수는 최근에는 “선적인 요소가 남아 있는 등 한국시의 혼이 담긴” 한시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단다. 그는 “인생의 깨달음을 노래한 이규보의 시는 중국의 이태백이나 두보, 일본의 바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다만 뛰어난 문화유산인 한시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
케빈 오록(62·경희대 영문과)교수는 한국문학을 해외로 알리는 문화전령사다. 한국문학의 전문 영역자로는 오록 교수 외에도 서강대의 안토니(한국명 안선재) 교수와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UBC)대학의 풀턴 교수 등이 있지만, 오록 교수가 경력도 오래됐을 뿐더러 활동의 폭도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