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 in my life

우리드의 일그러진 영웅 영문 번역

feelings 2008. 8. 10. 13:59
“한 행 번역 고민에 해를 넘기기도 했죠”


케빈 오록(62·경희대 영문과)교수는 한국문학을 해외로 알리는 문화전령사다. 한국문학의 전문 영역자로는 오록 교수 외에도 서강대의 안토니(한국명 안선재) 교수와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UBC)대학의 풀턴 교수 등이 있지만, 오록 교수가 경력도 오래됐을 뿐더러 활동의 폭도 넓다.

그는 1964년 아일랜드의 성 콜롬바노 외방선교회의 신부 자격으로 서울에 첫발을 내딛었다. 신학대학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외국인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문학박사(82년 연세대 국문과) 학위를 딴 그가 한국문학을 사랑하게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그가 우리 문학을 처음으로 해외에 소개한 것은 28년 전인 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동인, 현진건 등 주요 작가의 단편을 모은 (한국 단편소설집)가 그것이다. 그후 줄곧 우리문학 작품을 영어로 옮기는 일을 해왔다. 2001년말 미국서 출간돼 주목받았던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오래전 영국에서 펴낸 최인훈의 <광장>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의 한국문학 알리기는 산문에 그치지 않는다. 조병화, 서정주, 박목월 등의 현대시뿐 아니라 시조, 가사, 한시 심지어 향가에 이르는 모든 운문도 주요 ‘작업대상’이다.

산문과 달리 시 번역은 원작의 내용뿐 아니라 작품 내부에 녹아있는 느낌이나 감성을 전달하면서도 영시의 운율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창작이나 다름없다.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시 번역을 아무나 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어의 뜻만 전달한다고 한국시가 영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한 행을 놓고 몇개월, 심지어 해를 넘긴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고행’은 한국문학을 해외에서 빛내는 밑거름이다. 고려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좋은 시 300수를 영시로 옮겨 그의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80년에 펴낸 시집은 그해 런던의 ‘시회’(Poetry Society)로부터 최우수 번역작품상을 받았다. 또 최근 하버드대 출판사에서 낸 (한국시조선집)도 한국시의 진수를 전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를 쓰는 작가이기도 한 오록 교수는 최근에는 “선적인 요소가 남아 있는 등 한국시의 혼이 담긴” 한시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단다. 그는 “인생의 깨달음을 노래한 이규보의 시는 중국의 이태백이나 두보, 일본의 바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다만 뛰어난 문화유산인 한시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종철 기자 phill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