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ing in my life

엄마에게 달려가기

feelings 2005. 1. 26. 20:20

시장에 가서 담배 한보루 사가지고 오니 11시 3분이다.
곧장 과일과 고기와 반찬을 싣고 고속도로로 달린다.
차는 엊그제와는 달리 이상이 없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불완전 점화에 불이 켜지면서 온도가 떨어지더니 
엑셀레이터에서 붕~소리가 나면서 RPM이 올라간다.
놀라서 길옆에 세워두니 다시 온도가 올라가면서 RPM이 떨어진다.
남편에게 전화하니 자기도 그랬는데 가스차라 추워서 그런것 같다 한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차부터 손보았다.
차가 완전한지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봐야 알 수 있다 한다.
일요일날 집에 돌아올 적 엄마는 머위를 나의 차에 싣는다.
우리집에서 쓴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 말고는 머위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니가 하도 좋아해서 좋은것으로 작년에 말려두었는데 가져가고 싶은 만큼만 가져가라."
처마밑에 시래기 말린것처럼 얼마나 많이 해두었는지 가득하다.
말린 것 세 둥치를 가져왔다.
엄마가 머위를 보면서 나를 생각했듯이
나도 시장에 가서 고기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고기를 참 좋아한다.
작은 아이 공부가 끝나자마자 고속도로로 달린다.
가면서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받지 않는다.
가다가 우체국에 근무하는 친구도 만나고 집에가니 2시간 30분 걸렸다.
나는 대통령 중 존경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만든 김대중 대통령이다.
이 서해안고속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고기보고 엄마 생각나서
곧장 달려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바다에 갔다 왔다.
조개와 파래를 잡아왔다.
엄마는 딸이 온다는 소리 듣고 싱싱한 해산물을 먹이고 싶어서 추운데 바다에 갔다.
엄마 생각이 더욱 나게 한 것은 일을 하도 해서 굽어진 손가락이 유난히 내 가슴을 시리게 했다.
"엄마, 고기는 누구 주지말고 냉동실에 넣고 먹고 과일은 동네 아줌마들이랑 나눠서 드세요
사과는 이가 없어서 드시기 어려우면 삶아서 드세요" 하고 말씀드렸다.
과일을 먹고 싶어도 시장이 멀고 노인네들이 과일사러 시장까지 갈 수 없는 것이 시골 실정이다.
엄마는 조개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나의 차에 모두 싣고 파래는 반만 가져 왔다.
혼자 달리는 차안에서 파래 냄새가 향긋하게 폴폴 났다.
집에 와서 조개를 끓이고 막내를 불렀다.
오자마자 끓여서 돌이 있는데도 돌은 대변으로 나온다며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파래를 무칠려고 식초를 사와야 하는데 딸아이는 엄마가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자기가 사오겠다 한다.
오늘은 무척 행복하다.
아마  엄마도 행복할 것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맛있는것 갖다드리고
부모도 내아이들에게 맛있는것 해 먹일때가 제일 행복할 것 같다.
학원에서 5시에 돌아온 작은아이는 "엄마 할머니에게 안갔어?"
"엄마 벌써 갖다 4시에 돌아왔지"
엄마에게 갔다 오는데 5시간도 걸리지 않은 오늘 무척 행복하다.
이제부터 아이들 공부 봐주고 자야지